2023 노프라이드 파티를 닫으며

노프라이드 파티는 2023년 5월 말, 노프라이드 준비팀 일부가 참여한 식사 자리에서 구체화되었습니다.


어딘가에 갇힌 삶, 초국적 기업의 착취 대상인 삶, 경찰의 단속 대상인 삶, 삶의 조건이 불법인 삶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삶이 퀴어가 살아가는 자리이며 퀴어 정치가 시작되는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퀴어 행사가, 혹은 퀴어 커뮤니티가 이러한 삶에 연결되지 않는 현상, 그리고 이러한 삶을 향한 폭력에 기여하는 현상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배제 위에 세워진 퀴어 자긍심의 정체를 묻고자 했습니다. 아래의 구호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우리는 구금시설에 반대하고, 우리를 불법 존재로 규정하는 법에 도전하며, 우리의 삶을 범죄화 하는 횡포에 저항합니다.

성노동 비범죄화!

약물사용 비범죄화!

시설반대 감금반대!

국가는 약물사용자, 성노동자, 미등록이주민, HIV감염인을 단속하지 말라!

퀴어 커뮤니티는 우리를 경찰에 신고하지말고 혐오하지말고 지지하라!"


(노프라이드 취지문 중)

노 프라이드 파티 개최를 위해 퀴어 커뮤니티 안팎을 넘나들던 불만, 열망, 슬픔, 사랑, 관심, 사람이 모였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데 어림잡아 약 40여명이 기여했고, 그 중 열 두 명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의 형태로 나누어주었습니다.

당일 행사에는 약 200명이 참여했고, 온라인 공간은 약 2,000명이 방문했습니다.


노프라이드 파티가 모두에게 중요한 사건이었길 바랍니다.


기여자는 CREDIT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참여자의 개인 정보는 7월 3일 부로 폐기되어 누구도 접근 불가능합니다.


후원금은 현장후원 630,000원, 계좌후원 1,746,000원, 총 2,376,000원이 모금되었으며, 모금액 전액 집행되었습니다.

재정이 열악한 단체와 모임들이 준비한 행사였는데 후원금으로 거의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예상치못한 많은 분들의 참여와 후원에 큰 힘을 받았습니다.


결산안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물꼬를 튼 이야기가 마르지 않길 바라며, 노-프라이드 파티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한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 노프라이드 준비팀 드림


nopride2023@gmail.com https://nopride2023.my.canva.site/ linktr.ee/nopride2023

CREDIT

주최 및 주관 :

성노동+약물이슈 연구모임

성노동자건강권연구모임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엄살원

연구모임POP

외국인보호소폐지를 위한 물결 IW31

한국농인LGBT


장소협조 : 합정 카페 티라미수

포스터 디자인 : 사랑해

행사 기록촬영 : W/O F. (재윤 예인 보람 선미), 김영란

부스: W/O F., 초우상회, 맹보 도사, 보성 화가, 엄살원, 연구모임POP, 한국농인LGBT

사회 : 도균

공연 : JIHYUNN

스티커 디자인 : 림보

홈페이지 제작 : 수엉

포스터 현수막 제작 및 제작 후원 : 나미푸

선언문 낭독 파일 제작 : 수엉, 현

선언문 영어 번역 : 아영, 정민우, 탱, 현

한국수어 통역 : 한국농인LGBT 보석, 진영, 수진

국제수화 : 한국농인LGBT 지양

미러링 통역 : 태환

문자 통역 : 에이유사회적협동조합 김민준

오픈마이크 참여자 : 한성, 이반지하, 피냐타, 맹보, 베니수, 적성, 나영, 에밀리, 밀사, 아른, 보리, 한온, 가라연.

2023 노프라이드 취지문 : 나미푸, 림보, 수엉, 여름, 유리, 타리

2023 노프라이드 준비팀 : 나미푸, 달연, 도균, 림보, 보석, 수엉, 아정, 에밀리, 여름, 유리, 타리, 해수

2023 노프라이드 현장스텝 : 공혜원, 나미푸, 달연, 도균, 림보, 보석, 수엉, 아정, 에밀리, 여름, 유리, 타리

그리고 행사 참여자 200여 명

<‘프라이드’가 부끄럽게 여기는

불법 존재들의 노 프라이드 no pride 파티>

퀴어 망명자들의 반-자긍심,

노 프라이드 파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한국농인 LGBT 제작)

존재 자체가 불법인 비국민, 이주노동자, 홈리스, 성병캐리어, 각종 정신병자, 장애인, 노출광, 약물 사용자, 복장전환자, 성중독자들을 포함하는 각계 각층의 퀴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퀴어가 정상 사회의 긍정과 존중을 얻는 일에 방해가 되는 속성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퀴어, 못생긴 퀴어, 춤을 출 줄 모르는 퀴어, 멍청한 퀴어, 더럽고 불쾌한 퀴어, 범죄자인 퀴어, 아픈 퀴어, 병을 전파하는 퀴어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는 정상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없고, 갖고 싶지도 않습니다.백인을 선망하고 유색인을 경멸하는, 외국인구금소가 건재한 사회.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거부하고, 바이러스와 감염인을 공동체 밖으로 몰아내며, 약물 사용자가 처한 삶의 조건을 외면하는 사회. 진보 정치 마저 성노동자 범죄화에 동참하는 사회, 이 사회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게 여겨지는 우리 존재는 퀴어 정체성을 긍정하고 자긍심을 고양하는 프라이드 정치와 불화합니다.


우리의 이런 ‘다양성’ 또한 언젠가 프라이드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온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정상적인’ 퀴어들의 프라이드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프라이드 정치가 고양하는 자긍심 반대편으로 밀려났던 구체적인 경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퀴어라고 해서 전부 그렇지는 않다, 일부의 문제다”라는 말에서 자꾸 일부를 담당하게 되는 우리의 이슈는 종종 퀴어의 이슈가 아닌 것으로 분리되고, 퀴어 커뮤니티 내외부에서 논의되지 못하도록 은폐됩니다.


우리는 이제 경찰의 차벽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경찰은 우리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경찰의 단속을 겪으며 경찰 폭력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안전을 명목으로 배치된 경찰력은 경찰의 폭력성을 세탁하고 퀴어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우리는 이제 대기업 부스와 대사관 부스 사이에서 빠져나오려고 합니다. 주변화된 퀴어들을 감금하고, 착취하는 거대 자본과 국가 권력에 문제의식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퀴어를 수탈하면서도 퀴어 프라이드라는 간판을 내세우는 권력의 교묘함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이들이 이 세계의 불평등을 심화하는 인종적, 성적, 계급적 권력의 결과이자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멋진 조명 아래서 비싼 스테이크를 써는 프라이드를 거절합니다. 그 조명은 우리의 빈곤을 비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늘 속에 가려진 우리 중 누군가는 스테이크를 써는 사람보다 스테이크가 된 동물 쪽으로 가까이 가려고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일부 퀴어들이 목소리를 빼앗기는 문제를 온전히 드러내는 장소로 가려고 합니다. 프라이드 정치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프라이드라는 이름으로 퀴어들을 탈락시키는 권력을 비판하기 위한 노-프라이드 파티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구금시설에 반대하고, 우리를 불법 존재로 규정하는 법에 도전하며, 우리의 삶을 범죄화 하는 횡포에 저항합니다.

성노동 비범죄화!

약물사용 비범죄화!

시설반대 감금반대!

국가는 약물사용자, 성노동자, 미등록이주민, HIV감염인을 단속하지 말라!

퀴어 커뮤니티는 우리를 경찰에 신고하지말고 혐오하지말고 지지하라!




주관: 성노동+약물이슈 연구모임

주최: 성노동자건강권연구모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별이분법에저항하는사람들의모임 여행자, 엄살원, 연구모임POP,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W31, 한국농인LGBT

확인사항 ver. 1

행사 취지문을 읽었으며, "불법 존재"들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안전한 환경을 함께 만들겠습니다.

참가비는 없지만 현장에서 자율후원을 하실 수 있습니다.

내부 기록용, 외부 공개용 사진/영상 촬영이 진행됩니다. 현장에서 스티커로 촬영 여부를 표시해주세요.

식음료는 까페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해서 드실 수 있습니다.

행사 전체 수어통역이 이루어집니다.

오픈마이크 행사(14:30-15:30) 문자 통역이 이루어집니다.

테라스에서는 소규모 장터가 열릴 예정입니다.

엘리베이터로 휠체어 출입이 가능하고, 행사장에서 가까운 합정동주민센터 장애인화장실 사용 가능합니다.

확인사항 ver. 2

안전수칙

적당히 하자

아 진짜 피곤하니까

혐오하지말고

사고치지말고

재미나게 놀자

요청사항

알아서 잘하자

사진 찍는 거 대충 찍는데 남의 얼굴은 좀 피하자

후기 많이 쓰고

야 변태로서 존엄은 지키자

술 꼴지 말고

금지사항

이거 하면 퇴장당한다

성폭력 성희롱

혐오발화 및 행위

폭력행위

입막음


행사 내용

12:00 - 16:00 파티

행사 전체 실내외: 당신은 타인과 안부를 나눈다. 타인을 환대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13:00 - 14:00 특별 부스 운영

당신은 1시간 동안 주역점 보기 부스, 초상화 그리기 부스를 이용할 수 있다.

14:00 - 15:30 오픈마이크

행사 취지문에 응답하는 당신의 이야기를 참여자에게 들려준다. 이야기를 경청한다.

🤍 미리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15:30 - 16:00 JIHYUNN 공연 / 행사취지문 낭독

JIHYUNN의 예술노동에 참여한다. 행사취지문을 함께 낭독한다.

파티장 이용을 위한 각종 공지

🔽입장 및 인원수 안내🔽


실내 안전 및 이동로 확보를 위하여 실내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합니다.

사전신청자의 입장이 현장등록자의 입장에 우선합니다. 2시부터는 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모두가 안전한 행사를 만드는 데 기여합시다. 

🔽후원 안내문🔽


노프라이드파티는 공동주최단체들의 분담금 및 참여자들의 자율후원으로 운영됩니다.

현장의 모금함은 현금 후원을 받습니다. 차차의 계좌는 계좌이체 후원을 받습니다.

후원자 이름에 _No, _노, No를 붙여주세요. (ex. 입금자명: 노자긍심_no / 노자긍심_노 / 노자금심no)

노프라이드 파티에 금전적으로 기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원받은 거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후원계좌: 국민 205701-04-363282

🔽공간안내 - 엘리베이터🔽


행사장은 지하1층이고, 계단 입구와 엘리베이터 입구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입구는 행사건물 1층 내부와 지하1층 실내를 연결합니다. 1층 엘리베이터 입구는 오른쪽 경사 위 건물 안에 있습니다.

계단 입구는 행사건물 전면과 부스가 있는 테라스를 연결합니다.

🔽공간안내 - 화장실🔽


행사장에 준비된 화장실은 실내 화장실로 올젠더화장실입니다. 화장실 이용 시 반드시 문을 잠그세요. 여닫이문이며, 실내 배치는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권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설계입니다.


행사장 외부에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합정동 주민센터 화장실이 있습니다. 테라스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나가신 후 왼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100m정도 거리에 주민센터가 위치해있습니다.

🔽링크트리 안내문🔽


큐알코드를 찍으시거나 주소창에 linktr.ee/nopride2023 를 입력해 이동하면 당일 파티 참여에 관련한 중요한 링크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온라인 파티장 (12시-6시)


행사 당일 (12시-6시) 행사 참여자들 간의 원활한 소통 및 반-익명의 논의/잡담 창구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합니다.

오픈채팅방은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비밀번호는 행사장 곳곳에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상한 말 하면 우리 선에서 처리합시다. 카카오톡 신고 기능을 이용하기보다 주최 측에 연락해주세요.

온라인 파티장의 규칙 및 확인사항은 오프라인 파티장과 동일하며 혐오발언이나 인신공격 시 퇴장될 수 있습니다. 적당히 재밌게 놉시다.


🔮문자통역 (2시 ~ 3시 반)


문자통역은 오픈마이크 프로그램 진행 시(2시-3시 반)에 제공됩니다.

별도의 화면송출 없이 온라인 쉐어타이핑 방을 이용합니다. 각자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주세요.

linktr.ee/nopride20023 의 링크를 이용해서 접속할 수 있습니다.

2023. 6. 24 사전신청 마감

사전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사전신청을 못 한 사람은 현장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4시간 동안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장소가 비좁을 경우 사전신청자 입장이 우선됩니다.

이동과 안전을 위해서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최 단체 소개

✧✧✦✦ 성노동+약물이슈 연구모임 ✦✦✧✧

2023년 성노동자건강권연구모임과 연구모임POP가 밥상모임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서로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서 먹거리를 나누면서 성노동자와 약물사용자의 건강권, 성적낙인, 범죄화 등의 이슈를 교차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한다.


✧✧✦✦ 성노동자건강권연구모임 ✦✦✧✧

성노동자건강권연구모임은 2022년, <『반란의 매춘부』이후, 성노동자 권리운동과 연대의 길 찾기 오픈 라운드 테이블> 기획팀 중 일부가 모여서 성노동자의 건강권을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23년, 탈시설 기획 토론회 <성매매 여성과 시설의 역사>를 공동주최 하며 성노동자 권리운동 담론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는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 커뮤니티다. 성별이분법이 트랜스젠더퀴어를 포함한 모두의 삶에 야기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이에 저항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http://www.facebook.com/gendervoyager


✧✧✦✦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

주홍빛연대 차차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중심인 모임이다. 성노동자 대상 법률 지원을 한다.

https://sexworkproject.tistory.com

✧✧✦✦ 엄살원 ✦✦✧✧

진단명 없는 아픈 사람들에게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엉터리 의원. 담, 유리, 예인, 3명의 호스트가 활동가 손님을 한 명씩 초대해 비건 만찬을 차려내는 곳이다.

https://www.instagram.com/uhmsalon/


✧✧✦✦ 연구모임 POP ✦✦✧✧

연구모임POP (Power of Pleasure) (2015~)는 퀴어커뮤니티 내에서 약물이 결합된 섹스가 일어나는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서 약물사용자의 인권과 건강을 보장하고, 위해감소 전략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www.facebook.com/popqueer


✧✧✦✦ 외국인보호소 폐지를 위한 물결 International Waters31 ✦✦✧✧

IW31은 2021년 9월에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 피해자 M과 연대하며 시작된 모임이다. 보호라는 명목의 구금이 고착되어 비국민을 사회와 삶으로부터 유예시키는 외국인보호소를 폐지하고 누구의 것도 아니며 국경도 없는 모두의 바다 ‘공해’ (International Waters)로 함께 흐르기 위해 다채로운 영역에서 활동하고 연구한다.

https://www.facebook.com/InternationalWaters31


✧✧✦✦ 한국농인LGBT ✦✦✧✧

농 정체성과 성소수자 정체성의 교차성을 바탕으로 농인성소수자 당사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권단체다. 농인성소수자가 자기를 부정하는 언어로 자기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농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으며, 농인이라는 이유로 청사회에서 타자화되지 않는 사회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한다.

https://deafqueerkor.org

2023 노프라이드 파티 취지문과 선언문들 플레이리스트

연구모임POP 노프라이드 파티 선언문

구금시설에는 프라이드가 없다. 약물사용 비범죄화를 요구한다.

긴 세월 퀴어의 욕망은 더러운 것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에이즈 발견 4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쾌락추구를 통해 얻게 된 질병과 그 질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혐오의 크기와 모양은 그대로인 것만 같습니다. 정부와 보건 당국은 성소수자의 욕망과 그 욕망을 품은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훈육의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예방과 관리에 집중하며 제어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결과는, HIV 감염인이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미검출이 된다 한들, 마주하는 차별과 낙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권운동은 단지 감염인이 약을 열심히 먹는 것으로는 사회적 낙인과 혐오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해왔습니다.


약물 사용자, 특히 성적 쾌락을 위해서 약물을 사용하는 “켐섹스를 하는 사람”이 처한 위치도 그렇습니다.


최근, 윤석열 정권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고, 경찰청장은 테러범에 비유했습니다. KNN을 비롯해 일부언론은 약물 사용자와 HIV감염인, 게이남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버무려 조작된 방송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게이 데이팅 어플에 경찰들이 상주하면서 함정수사를 하며 실적을 올리고 커뮤니티를 파괴해왔습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통제와 단속의 과정에서, 게이 커뮤니티의 사용자들은 경찰의 함정 수사에 걸려들어 변호사비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고, 경찰의 압박과 재판의 실익을 위해 다른 사용자를 실토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언론의 선정적인 문구와 정부의 단속과는 별개로, 게이 커뮤니티의 일원들은 주변과 친구들의 사용 경험을 직접 목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볍게는 잭디나 그라인더와 같은 데이팅 앱에서 “그거” 또는 “ㅇㅇㅅ”와 같은 다양한 은어로 약물을 언급하거나, 켐섹스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하고, 주변에 자살한 친구가 약물 사용으로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해외 서킷 파티 등에 놀러갔다가 약물 사용을 제안 받았다는 친구들의 얘기를 듣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약물에 기인한 사망 사건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접할 때면, 인권활동가들은 물론, 사용자와 가까운 관계의 이들 또한 켐섹스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래도 안하는 게 좋지 않냐'고. ‘어쨌든, 법을 어긴 건 맞지 않냐’구요.


그러나 인권은 근절론과 화해할 수 없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걸 없애기만 하면 된다는 게 인권운동의 방법론은 아닐 것입니다. 약물이 이미 우리 삶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차별과 강요, 낙인과 폭력을 제거하고, 약물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건강의 문제를 다루고,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HIV/AIDS 운동에서 얻는 결론은, 공중보건에 위협이 될만한 어떤 대상을 격리하고 범죄화하고, 강제로 치료하는 것이 인권에도, 예방에도, 공중보건에도 해롭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한국사회는 HIV감염인이 조용히 침묵하고, 약에 순응하기만을 바라지만 HIV감염인에게 주어지는 성적 낙인이 퀴어 전체와 성적으로 문란한 모든 이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범죄화된 존재들이 단지 치료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나 우리가 프라이드를 말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회에서 수치로 여겨지고 범죄시되는지, 질병화되는지를 도전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켐섹스 하는 사람들을 당연히 범죄시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이 범죄화의 양상이 성적으로 문란한 이들을 단속하고, 국가가 금지하는 약물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자고 제안합니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마약’ 성분의 약을 합법적으로 개발, 판매, 유통하고 많은 향정신성약물이 시설화된 사람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합법/불법 약물에 대해 질문하자고 제안합니다.


이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는 인권은, 프라이드는 퀴어 커뮤니티의 누군가를 배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켐섹스 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구금하고 못살게 하는 현재의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서 노프라이드 선언에 동참합니다. 경찰을 앞세운 국가가 누구를 보호하는지, 초국적 제약회사가 어떤 몸을 착취하는지 질문하고 여기에서부터 저항을 만들어나기 위한 노프라이드 파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함께 합니다.


어제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장소가 마련되었습니다. 켐섹스를 하는/하지 않는 퀴어들이 경험하고 있는 외로움, 사회적인 박탈감, 소수자 스트레스, 쾌락에 대한 욕망, 커뮤니티 내 존재하는 권력관계, 낮은 자존감, 등등. 이러한 요소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긍심과 수치심을 다시 해석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참아줄 만한 욕망”을 넘어섰다고 판단된 “일탈하는 자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넘을 수 없는 프라이드 광장의 울타리 안에선 설 자리를 찾을 수 없는 존재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약물을 사용하는 그 곳까지, 성노동을 하는 그곳까지, 욕망을 추구하는 그곳까지의 거리를 이해하고, 그 발길을 움직이는 힘을 이해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존재들을 우리 커뮤니티가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 없습니다. 두려웠기에, 프레임은 고정적이었고 늘 반발력만 키워왔습니다. 오늘 이 시간이, 프라이드 이면의 프라이드를 바라보고, 일탈하는 자들 이면의 삶을 바라보는 유연한 프레임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연구모임 POP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선언문

비껴난 삶의 자리에는 프라이드가 없다. 누락된 존재의 자리에 함께 서자.

안녕하세요.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입니다. 우리는 No pride에 함께 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여행자가 저항하는 성별이분법은 단지 트랜스젠더퀴어에 대한 배제나 혐오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성별이분법은 단순한 배제나 혐오를 넘어, 이성 간의 결혼과 두 사람 간의 자녀로 구성되는 가정을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로 하는 지금의 세계가 요구하는 규칙이자, 그 규칙을 지탱하는 위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입니다.


성별이분법에서 비켜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부적절한 존재나 교정의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커뮤니티 내에 탈가정, 자퇴, 실업, 해고를 경험하는 구성원들이 사회 평균에 비해 높은 비율로 존재하고, 그 결과 학습권, 노동권 등 다양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일생에 거쳐 권리의 누락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세상이 요구하는 적절한 몸과 삶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 불안정한 노동, 빈곤한 삶이 마치 처벌처럼 주어집니다.


지역 사회가 성별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이들을 배척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숨기거나 국경 안팎으로 이주를 결심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주한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성별 규범에 어긋난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거나 안정적으로 일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고용 여부나 고용 형태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계되기도 하고, 주거, 의료 등에서 개인화된 부담이 존재할 때 개인적인 자원 없이 이주한 사람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하면서 과도하게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때로는 불법화된 노동을 하게 됩니다.


법, 제도, 정책 개선을 통한 권리 보장이나 사회적 인정을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트랜스젠더퀴어를 위한 삶의 자리가 마련되고, 더 많은 트랜스젠더퀴어들이 자신의 삶을 디뎌내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법, 제도, 정책, 사회적 인정의 수혜가 모든 트랜스젠더퀴어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국민, 탈가정 청소년, 노동할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사람들, 문란하다고 낙인찍히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을 빠트리는 법, 제도, 정책, 사회적 인정은 결과적으로 어떤 트랜스젠더퀴어들이 트랜스젠더퀴어로서 경험하게 되는 삶의 경로 또한 빠트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No pride와 함께 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긍정하지 않거나 자긍심을 갖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런 방식의 정치가 커뮤니티 구성원을 누락하고 있다면,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는 누락되는 구성원들의 편에 서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No pride는 다름 아닌 성별이분법에서 비켜난 우리 모두를 위해 우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다시 살펴보고, 다시 생각하겠다는 선언입니다.


No pride가 우리의 새로운 자긍심 될 때까지 힘껏 투쟁하겠습니다.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노프라이드 선언문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이하 차차)는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입니다. 성노동자인 활동가가 성노동자가 아닌 활동가보다 많은 단체이고, 이 선언문을 쓴 활동가와 읽고 있는 활동가가 모두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가 이렇게 스스로 성노동자라고 말하면서 돌아다닙니다! 흔치 않은 일이죠. 그래서인지 차차는 운동 사회와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도 당사자로서 낙인찍혀 왔고, 무수한 차별과 낙인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성노동자로서 삶을 원한다는 것은 매 순간 내 악명이 먼저 도착해 있는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환대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도 웃어야 하고,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처받더라도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앞으로 누구와도 연결될 수 없다는 압박을 견디면서, 내가 먼저 당신을 환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성노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디에서나 성노동자인 차차의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류 운동계에서 우리의 연대체 가입 제안을 거절해도 전력을 다해 다시 두드리는 일. 함께 일하기 위해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 것을 요구받아도 여기서 거절당하면 다른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일단 뜻을 굽힌 채 단체명에 들어간 단어조차 쓸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일. 그러면서 성노동이라는 말을 쓴다는 이유로 성매매피해지원기관에서 탄압받은 피해자에게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정의롭고 당당한 언어로 연대하는 일.


성노동자가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주최 측에 문제를 제기한 활동가들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 일. 성노동자에게 연대하는 사람들에게 ‘반성매매인지 성노동인지’ 입장을 확실히 정하라는 주의를 주는 활동가, 성노동자에게 연대하는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처럼 만들어 공유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활동가들을 알게 돼도 광장에서 소리 지르지 않고 참는 일. 성노동자 권리 운동 연대 발언을 결심한 여성 활동가에게 댓글 테러를 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지켜보는 일. 우리를 알선업자라고 보도한 여성계 신문사의 기사를 보고 고립감을 느끼는 일. 이 모든 일을 기억하는 일.



차차는 많은 일을 했습니다.


차차 구성원들은 성노동자 권리 운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뭉친 성노동자들입니다. 부당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삭감에 대항하며, 노동자를 착취하고 이윤을 얻는 자본가의 힘을 무력화하기 위해 모인 당사자와 연대자들입니다. 왜 이렇게 반복해서 설명하냐면, 차차에 관한 소문 중에는 차차가 성매매 합법화를 위해 윗선의 사주를 받고 운동하는 불순분자라는 내용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당사자를 데려와라, 너희 같은 사람들은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뒤로 하고 출근하던 날도 있었습니다. 낙인찍히고 차별받는 차차의 투쟁은 운동 사회와 퀴어 커뮤니티에서 성노동자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존중받고 승인받을 기회를 얻기 위한 싸움임과 동시에 지금과 같은 운동 사회와 퀴어 커뮤니티를 격렬히 거부하는 싸움입니다.


차차는 2020년, 2022년에 걸쳐 서울퀴어퍼레이드 부스 모집에 두 번 떨어졌습니다. 성노동자 부스가 서울 시청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동안 대학 퀴어 동아리, 대사관, 대기업 등 다양한 부스가 서울퀴어퍼레이드에 함께 했습니다. 공정한 기준에 따른 심사 결과일 것입니다. 차차는 서울퀴어퍼레이드 활동가들의 노고를 존경합니다.


다만 우리는 2022년의 부스 지원 탈락을 계기로 차차에 축적된 괴로운 역사를 돌아보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 뿐만이 아니라,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합격자를 뽑는 거의 모든 단위가 차차를 뽑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아무도 명확하게 말해 주진 않지만, 어쩌면 그건 우리가 평균적으로 학력이 높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가난하고,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중에 아프고 무능한 당사자가 너무 많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차차가 퀴어도 성노동자도 아니었다면, 건강하고 ‘유능한’ 비성노동자였다면 차차를 떨어뜨린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좀 더 노력해서, 탈성매매한 ‘정상인’이 되어 제도권 입맛에 맞는 활동을 한다면, 차차를 받아줄까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합니다. 우리 모두가 탈성매매한 건강하고 유능한 비성노동자가 될 방법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사회는 조금 끔찍하기 때문에 차차는 차차로 남겠습니다.


차차의 성노동자 권리 운동은 앞으로도 장애, 인종, 이주, 약물, 나이, 직업, 빈곤, 질병, 성별 등의 문제로 주변화된 퀴어들과 난잡하게 섞이며 가겠습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게 여겨지는 동료 시민 여러분, 환영합니다. 여러분을 ‘프라이드’가 부끄럽게 여기는 불법 존재들의 노 프라이드 no pride 파티에 초대합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한국농인LGBT 선언문



시설화된 수어통역과 농접근권에 프라이드는 없다.

우리는 종종 주변으로부터 질문을 받습니다.


성소수자 단체에요?

수어통역하는 단체에요?

농인 단체에요?


네, 농인성소수자 단체이고 수어를 모르는 청인을 위해서 한국수어통역 활동도 하는 단체입니다.

우리는 프라이드에서 성소수자만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청인과 농인의 인권활동을 넘나들며 농인성소수자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모든 정체성이 교차하는 7월 1일 농접근권에 대해 말해보고 싶어요.


농접근권은 농인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청인 여러분을 위한 활동입니다.

내가 준비하는 어떤 곳에 농인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대하고 환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는게 농접근권이면 좋겠습니다.

“농인이 올지도 모르니”, “농인이 오면 필요하니”가 아니라 농인에게 여러분이 하는 활동과 그 내용을 전달해야하니! 라는 마음으로요.


그렇기에 어떻게 농인을 초대할까 모객을 고민하기도하고, 통역에서는 어떤 지점이 고민되었으면 좋겠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잘 통역되는지 늘 점검해야합니다.



농인이 올지도 모르니 배치하는 수어통역은 방치되고 한국수어로 농인과 소통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한국수어“통역”을 하고 성이분법 중심의 혐오적인 단어를 사용합니다.

통역을 보는 농인성소수자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주최 측에 전달하면 이는 마치 “농인성소수자 힘들었겠구나”,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하고 이타적인 태도로 돌아옵니다.


아니요,


지금 청인 여러분 자신이 한국수어통역에서 모욕당하고 차별받은 피해자이신겁니다.


농접근권에서 경험하는 문제는 농인만이 피해자라는 이타적인 생각과 태도에서 나와야 합니다. 여러분이 고심하고 고민한 끝에 한마디, 한마디 이어나가는 언어들이 한국수어통역에서 다 파괴되고 차별로 변질돼 농인에게 전달되는 이 상황이 정말 괜찮으신가요? 농인의 일이고 농인만이 겪는 차별과 문제인가요?

(내가 하는 말이 참여한 다수에게 차별과 혐오로 변질돼 전달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해본다면 조금 더 와닿는 감각이 되려나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앨라이 한국수어통역사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과정에서 굳이 성소수자 혐오가 가득한 수어통역사 그룹을 통해 “어쩔 수 없이”, “그래도 해줄게”라는 태도로 선심을 쓰듯 와서 통역하는 수어통역에 프라이드는 없습니다.

농인과 함께한 적 없고 앞으로도 함께할 생각이 없으며 통역할 때 말고는 농인을 만난 적이 없어 농인과 소통하는 방법과 문화조차 모르는 수어통역사가 “돈벌이”로 와서 성소수자를 구경하면서 통역하는 프라이드에 농인성소수자와 청인성소수자의 프라이드는 없습니다.

평소에는 혐오표현으로 통역하고, 프라이드를 외치는 곳에서만 대안적인 표현을 쓰는 통역은 프라이드가 아닙니다. 그 구분이 공고하고, 농접근권을 고민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존재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7월 1일 노프라이드에서 방치되지 않는 농접근권 안에서 우리는 농인, 성소수자, 수어통역사, 수어통역하는 성소수자, 농인성소수자 그대로 존재하겠습니다.



한국농인LGBT


No Pride 파티에 참여하는 IW31의 이야기


확정적이지 않고, 질문을 던지며, 고민스럽게 만드는 존재와 함께 하겠습니다.

IW31은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nternationalWaters31'이란 긴 이름을 대신하는 줄임말입니다. 우리는 비국민, 특히 미등록비국민이 “지금-여기”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살고 있는지 문제제기하고, 외국인보호소(실)라는 이주구금시설을 폐지하기 위해 활동합니다.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비국민들은 저마다 다른 삶의 여정을 걷는 개별적인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비국민은 국민에게 종속적이고 국민을 이롭게 하는 관계만 맺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중심적인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는 구조적으로 “환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사회는 '그들'의 노동력만 활용하려고 하거나, 정상가족을 유지하는 수단이자 국민의 자녀를 낳아주는 “기계”로만 대하고 있습니다. 그 틀에 맞지 않거나 순응하지 않으려는 이들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냉정하다 못해 악의적으로 대합니다.


한국 사회가 비국민을 대하는 사회통합적인 태도는 계급에 기초한 구분짓기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성별이분법적인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젠더를 모색하는 다양한 비국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더 어렵습니다. 비국민에 대한 혐오와 퀴어에 대한 혐오를 뒤집어 쓴 채로 환대 없는 이 땅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을 시작했지만, IW31은 과연 어떤 퀴어인지 여전히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별이분법과 이성애중심주의가 득세한 세상에서 LGBTQIA+를 주로 퀴어라고 말해왔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흔히 퀴어와 앨라이를 구분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결혼했지만 가부장제 질서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퀴어가 될 수 없나요? 어른들에게 착하다는 소리를 못듣는 어린이는요? 의사의 처방을 거부하는 정신장애인은요? 주민도 이주민도 아니라고 경계를 흔들어버린 이동주민은요? 지금 말한 존재도 작은 예시에 불과합니다.

과연 프라이드를 가질 만한 퀴어는 뭔가요? 프라이드는 어떨 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봅니다. 긍지를 느끼는 과정이 혹시나 우리를 능력주의라든가, 영웅주의 같은 것으로 이끌지는 않을까요? 정말 존재만으로 긍지를 갖는 것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꼭 짚어볼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노프라이드 파티에 함께 하게 되면서 퀴어는, 프라이드는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단속-구금-추방의 굴레에 갇힌 퀴어들이 외국인보호소라는 젠더 감옥에 갇혀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질문이 있는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 하기 때문에 오히려 퀴어가 무엇인지 프라이드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확정적이지 않고, 질문을 던지며 고민스럽게 만드는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반기고 싶습니다. IW31 활동가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미 경험한 것이기도 합니다.


IW31은 퀴어와 프라이드에 대해 앞으로도 질문을 계속하며 서로 흔들고-흔들리는 관계를 맺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퀴어가 무엇인가를 정의하려고 하기보다, 퀴어의 자리는 왜 밀려난 어디쯤이어야 하는가를 계속 묻겠습니다. 어차피 질문은 저희가 하는 활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입니다. 우리의 질문을 같이 붙들고 고민하는 동료들을 더 많이 만나면서 아무도 삭제 되지 않는 그 위치에 함께 서있을 겁니다. 누구든 기꺼이 동료가 되어 우리와 함께 하겠다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IW31